퇴근 후 친구들과 만났다. 회사 후배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 가게 밖 무인자판기에서 주문 후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바로 우리 차례가 왔다.

영화 심야식당이 떠오르는 'ㄷ'자 바 형태의 아담한 식당.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속삭임만 어렴풋이 들릴 뿐 적막이 흐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왁자지껄 떠들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앉고 보니 "부디 이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께서는 옆 사람에게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해달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혼자 오더라도 편안히 식사하고 가라는 주인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조용히 국수를 먹다 보니 맛에만 온전히 집중 할 수 있는점이 좋았다. 조용히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이 땡길때 이 집을 찾으면 '헛헛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담백한 선물같은 한 그릇

미분당

-가격: 차돌박이 쌀국수 8,000 양지쌀국수 8,500

-주소: 창전동 72-23 (신촌역 1번출구에서 7분)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주먹 푸짐하게 올라간 고기가 트레이드 마크! 육수는 시원하면서 담백하다. 면/국물/숙주나물은 리필이 가능한데 그때는 말없이 조용히 바 위로 그릇을 올려두고 부탁드리면 된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만 들어 위를 보면 소스와 머리끈이 준비되어 있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깃들여져 있는 따뜻한 곳. 신촌점과 강남점 총 두 곳을 들러봤는데 강남점은 비추다. 시끄러운데다가 맛도 별로."



홍콩은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합석문화가 일반적이다 보니 줄서지 않고 더 빨리 앉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친구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걸어 내려오다 보니 다리에 힘이 다 풀렸다. 잠시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주변 맛 집을 찾다가 알게 된 곳. 더구나 미식의 천국답게 가벼운 지갑으로도 미슐랭에 등재된 곳을 갈수 있다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어지러운 스티커로 뒤덥힌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등받이 없는 의자들이 규칙 없이 놓여 있다. 한참 다리를 뜯다 주방 쪽을 보니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거위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다. 그 광경을 목격 후에는 많이 먹지 못했지만... 그저 스쳐가는 집이 아닌 맛에 충실한 '현지인 맛 집'을 소개한다. 

광둥식 거위다리

Yat Lok Restaurant

-가격: Rosted  goose (half) $310

-주소: G/F, 34-38 Stanley Street

-영업시간: 10:00 - 21:00 (일요일: -17:30)

"보통 밥이나 국수와 함께 나오는 메뉴를 주문하는데 나는 고기에만 집중할 목적으로 구운 오리 반 마리를 주문했다. 주문한지 5분 만에 메뉴가 나온다.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안에 살코기에는 육즙이 꽉 차있다. 하지만 좀 짜다. 왜 사람들이 밥과 함께 먹는지 한입 베어먹고 알았다. 맛은 두말 할 것 없고 양이 꽤나 많기 때문에 여자 3명이서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할 양이다. 그리고 밥 두공기 추가하면 좋겠다"


1년 전부턴가 백화점 푸드코트에 가면 네모난 나무 통에 고기를 넣고 쪄 먹는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서서히 퍼지더니 체인점도 꽤나 생겼다. 일본 전통 방식인 편백나무(하노끼) 찜기에 숙주, 우삼겹, 대파 등을 넣어 찌는 요리다. 기름기가 쭉 빠졌으니 (심리적인)죄책감을 좀 덜고 먹을수 있다.

아현 쪽은 딱히 갈 일이 없는데 아현주민 D와 함께 왔다. 한참 재개발 중인 곳이라 저녁 먹을 만한 곳 찾기가 어려웠다. 동네 주민 추천 음식점을 소개한다. 사람이 꽤나 많다. 퇴근시간에 맞춰 오면 2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

기름기 뺀? 차돌박이

아현 편백집

-가격: 소고기 편백찜 11,000, 간장새우밥 7000

-주소: 아현동 330-4 (아현역4번출구에서 도보1분)

-영업시간: 11:30 - 22:00 (브레이크타임: 15:00-16:00)

"편백 찜을 처음 먹어봤는데 특별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맛이었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인 차돌박이를 찌다 보니 아무래도 느끼하다. 인원수 -1 해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하며 간장게장이나 다른 메뉴를 같이 곁들여 먹어야 느끼함이 좀 가신다. 체인점이다 보니 실패확률 적은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한끼. 하지만 역시 고기는 뜨거운 기름판에 구워 소금 톡 찍어 먹는 게 최고다"

 

 

익선동에 이어 핫플로 떠오르고 있는 을지로. 보물찾기 하는 것 마냥 간판 없는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다. 기존의 건물형태나 분위기를 보존하면서 신식을 받아들인 방식이 참 자연스럽다. 

깊은못에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생이 따른다. 가파른 계단을 통해 4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올라갈만한 값어치가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 엔틱한 가구들과 조명을 이용해 은은하면서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위기 때문인지 그날따라 마음이 몽글몽글 했던 건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마음 깊은 곳에서 이야기거리를 꺼내본다.

비밀스런 아지트 같은 곳

깊은못

-가격: 아인슈페너 6,000

-주소: 중구 삼일대로 12길 20, 4층

-영업시간: 평일 12:00 - 23:30 토,공휴일 14:00 - 23:30 (일요일 휴무)

"각자의 마음속 고민, 걱정 같은 작은 연못들이 모여 더 깊은못이 만들어 졌으면 해서 만들었다는 상호, 깊은못. 많은 고민 후 만들어 진 상호인것 같아 더욱 가슴깊이 와닿는다. 요즘 핫한 메뉴인 아인슈페너를 주문했는데, 달달하게 시작해서 쌉쌀하게 끝나는 맛이 피로와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저녁엔 와인도 판매한다고 하는데 꼭 와보고 싶다. 을지로스러운? 엔틱한 분위기에 제대로 취해 볼 수 있는곳"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展'을 봤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데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다. 미세먼지까지 며칠째 '아주 나쁨' 이라 그런지 입안이 텁텁하다. 목이 말랐고 전시의 여운을 좀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정동길을 쭉 오르며 카페를 찾았다.

전시회를 보고 나면 나의 감성게이지는 최대치로 올라간다. 덥고 미세먼지가 기승인 날씨에 겁도없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노천카페가 가고 싶어졌다. 한참을 걸어 경희궁에 다다를 무렵 비밀스러운 정원 같은 곳이 눈에 띄었다. '산다미아노였다'

야외테라스가 있는 조용한 북카페

산다미아노

-가격: 아메리카노 3,300 생과일주스 4,800 와플 2,000

-주소: 중구 정동길9

-영업시간: 매일 08:00 - 20:00 (명절휴무)

"붉은 벽돌에 둘러싸여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 프라이빗한 구조다. 그래서 노천카페라 할지라도 부담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벽 한 면이 으로 빼곡히 채워져있고 그 가운데는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다. 매일 공연도 한다고 한다. (저녁 5-7시 사이에 랜덤으로 하는 듯하다).수도회 소속이라 그런지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없이 조용하다 못해 경건한 분위기다. 원두에도 꽤나 신경을 쓰는 눈치. 여느 프렌차이즈 커피와 다르게 너무 쓰지 않고 부드러운 맛"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씨 5월.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달리는 버스안이다. 강렬한 햇볕이 나의 왼쪽 뺨을 강타하지만 그대로 창에 기대어 간다. 해산물을 좋아해 일년에 두세 번은 속초를 간다. 그 중에서도 갯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한 아바이마을을 좋아한다. 다리로 건너도 되지만 갯배를 타야 비로소 아바이마을에 제대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가지 음식 모두 속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짜 속초 음식들이다. 짭조롬 하면서도 달달한 게장이 먹고 싶을 땐 홍게장을 추천하고, 날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단백한 게살전이 알맞다.

단짠이 조화로운 동해의 맛

동해안 붉은대게

-가격: 홍게 간장게장 정식 13,000 (인)  

-주소: 속초시 청호동 1069

-영업시간: 매일 10:30 - 20:00 (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선장님이 운영하시는 곳 이라 더욱 믿음직 스러운 곳이다. 가게 앞 수족관 가득 홍게들이 열심히 옆 발길질중이다. 홍게는 처음이었는데 짭짤하면서도 달짝지근 한 맛이 특징이며 껍질이 연해 발라먹기 쉽다. 흰쌀밥에 게살 올리고 청양고추 살짝 얹어 마른 김에 싸먹으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

홍게 두마리가 통째로

아마이홍게

-가격: 게살전 25,000

-주소: 속초시 아바이마을길 3-4

-영업시간: 매일 07:00 - 20:00

"홍게 살을 발라먹는 게 귀찮다면?, 아마이홍게가 제격이다. 홍게 두 마리의 살만 친절히 발라놨다. 밀가루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홍게살과 계란으로만 전을 만들다고 하니 건강한 느낌이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수고로움을 덜은 값이라 생각하자. 게라면은 무난한편, 홍게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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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테이블에 섞여 맛보는 딤섬 맛 집"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둥그런 테이블을 사이로 동네 주민들을 만나기도 하고, 오랫만에 친구를 맞이하기도한다. 시끌벅적 정겨운 모습이 이곳의 첫 인상이었다.

할아버지 2분이 앉아 계신 테이블에 앉았다. 신문을 읽느라 옆자리에 누가 앉던지 관심도 없다. 직원분들은 좁은 통로 사이로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뭐라고 크게 외친다. 이를 기다리던 고객들은 카트로 달려가 메뉴를 확인 후 집어온다. 홍콩의 전통적인 주문 방식이다.

나는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드시고 계신 메뉴와 같은걸로 달라고 했다. 사실 뭘 시켜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그의 일상에 잠시나마 들어가 보고 싶었다. 

흰쌀밥 위에 삶아낸 청경채가 올라가 있고 돼지고기 조림이 함께 반찬으로 나왔다. 그 이후에도 딤섬을 두어 차례 주문해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딤섬 맛 집'으로 유명한 듯하다.

개인적인 후기로는 음식은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홍콩의 전통적인 주문방식을 체험 해 볼 수 있고, 현지인들의 일상을 함께 경험 해보기에 더할나위 없는 곳이다. 

  • 영업시간: 06:00 - 23:00

  • 가격: 딤섬 2종류 +돼지고기조림+밥 : 한화 1만5천원
  • 주소: 40-50 Des Voeux Rd W, Sheung Wan (센트럴)

"홍콩의 뒷골목을 찾아서"

난 여행지에서 진흙 속의 진주 찾기를 즐긴다. 왠지모를 희열감이 있다.   

셩완역 옆에 위치한 싸이잉푼역에서 3걸음 걸으면 도착하는 '에코트리 호텔' 에서 숙박했고 조식이 별로였다. 한국에서도 늘 아침을 챙겨 먹는 편인데 더군다나 여행지에서의 아침한끼는, 특히나 많이 걸어야 하는 홍콩에서의 아침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호텔 주변 뒷 골목을 걷다가 찾게 된 곳.

#1) Ping Kee Restaurant

에코트리 호텔에서 걸어서 5분거리. 아침일찍 문을 열어 조식먹기엔 제격이다. 가게안으로 고개를 먼저 쑥 내밀었다. (지레 겁이 많은편) 현지인들은 여느때처럼 편안한 차림을 하고 '밀크티'에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있다. 내가 들어가자 다들 신기한지 대놓고 쳐다보는데 피할수 없으니 즐길 수 밖에. 

한자 공부좀 열심히 할 껄 그랬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켜고 열심히 한획씩 그어가며 '소고기 국수'를 주문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하지만 불편을 감내하기에 충분한 맛이다.

시원한 육수에 소고기가 가득 들어있고 면도 탱탱하다. 매운 칠리소스는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데 고기를 살짝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돈다. 개인적으로는 카우키보다 맛있다. 

잠시후에 아주머니가 22 라고 적힌 노란 종이를 툭 두고 간다. 영수증이 었다. 기계에서 출력한 것이 아닌 '날 것' 을 받고 나자 괜시리 웃음이 터진다.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화려하지는 않지만 방문 자체만으로도 특별해지는 곳이다. 

  • 영업시간: 6:30 - 15:00 (일요일 휴무)

  • 가격: 평균 3,000원대

  • 주소: 홍콩 修打蘭街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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