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식 맑은 돼지국밥 (feat.제주흑돼지)

엄용백 돼지국밥


산에는 돼지국밥 골목이 있을 정도로 국밥 노포들이 줄을 섰지만, 최근 엄청난 기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라고 해서 가보았다. 단연 돼지국밥이라 하면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뜨거운 국물이 일반적이지만 '엄용백 돼지국밥'은 조금 다르다. 

뽀얀 국물 대신 맑은 닭 육수를 사용한다. 고기에 자부심도 꽤나 크다. 앞다리살은 제주 흑돼지를 사용하며 '극상 돼지국밥'(아래 사진)에는 항정살, 가브리살, 오소리감투 등 고급 재료가 들어간다. 오소리감투는 돼지 위장으로 처음 맛봤는데 꼬들꼬들한 식감이 신세계다!

# '토렴' 하여 먹기 좋은 온도

음식은 주문 후 15분 정도 후에 나왔다. 국물만 부어 바로 내오는 국밥과 달리 꽤 오래 걸린다. 이는 토렴을 하기 때문인데, 뚝배기에 밥과 고기를 담은 후 뜨거운 국물을 국자로 부었다 따랐다 하면서 밥과 고기를 데우고 국물은 먹기 좋은 온도로 식히는 작업을 말한다. 토렴이 잘 된 돼지국밥은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잘 베어 있다. (참고자료 '단대신문 미상유')

#레트로 감성 인테리어

단층 주택을 개조해서 분위기가 제법이다. 파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마당을 앞에 두고 시원한 평상 자리가 있고, 실내공간은 긴 테이블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실내를 둘러싸고 있다. 그 앞 오픈된 주방공간에서 젊은 사장님들이 열일 중이다. 평상 자리가 연신 인기지만 반찬을 가지러 가기엔 꽤나 번거로운 자리다. 나같이 귀차니즘이 있다면 실내자리를 추천한다. 분명 간장 짱아치를 끊임없이 리필 할 것이다.

#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좋은맛'

인테리어는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식인데 맛은 제대로 전통적인 방식이다. 이를 인증하듯 손님 층 또한 다양한데 나이 지긋하신 노신사부터 연신 사진촬영하느라 바쁜 나 같은 젊은이까지.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는 이곳의 보이지 않는 힘은 '맛'에 있다.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돼지국밥의 유례

돼지국밥은 밀면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손꼽히며, 또한 피난 음식으로도 불리고 있다. 피난 음식이라고 불리는데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돼지국밥이 부산과 경상도 일대에 국한되고 1950~60년대 부터 급속히 확산된 것을 보면 6.25전쟁을 거치며 그나마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돼지 부산물로 설렁탕을 흉내 내어 뿌리 내린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참고자료 '부산역사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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