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시장의 별미

'원조 비빔당면'


얇게 저며진 고기, 시금치, 당근 등 각종 재료와 고소한 참기름으로 버무린 잡채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그 시절에도 1년에 한번 생일잔치상에나 올려지는 '잔치음식'이었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엄마는 내 생일상에 잡채는 꼭 챙겨주신다. 그래야만 생일을 맞은 기분이 난다.

3년 전부턴가 '비빔당면'의 존재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면위에 빨간 고추장 소스가 올라가 있었다. 처음보는 낯선 비주얼은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번에 부산에 방문하게 되면서 가장먼저 찾게 된 곳이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자마자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내 코를 찌른다. 엄마 손에서 나던 그 냄새.

#. 부산 특산물이 곁들여진 지금의 '비빔당면'

초기에는 당면에 참기름과 고추장 양념만 얹은 소박한 모양새였다. 그렇지만 점점 부산 특산물인 어묵과 부추 그리고 단무지, 시금치가 추가됐다고 한다. 추가된 고명만큼이나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한 그릇에 5,000원. 가장 궁금했던것은 당면과 고추장과의 조화인데 간을 세게 하지 않아 자극적인 비빔면과는 다르게 심심하게 먹는것이 특징이다. 잡채의 새콤한 버전이랄까. 고추장과 고춧가루 위에 참기름과 깨를 가득 넣어 고소한 양념잠과 새콤한 단무지의 조화가 꽤나 깔끔하다. 맛이 있다기 보다 어린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음식이다.

#. 6.25 전쟁 때 먹던 음식

비빔당면을 먹다 보니 왜 이런음식을 만들었을지 탄생비화가 궁금해 찾아봤다. 6.25 전시때 구하기 쉬운 고구마의 녹말가루로 내어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녹말로 만든 당면은 밀가루에 비해 오랫동안 두어도 뿔지않고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피난시절 음식으로는 제격이었다고 전해진다. 가슴 한 편이 묵직해 지는 밤이다. (참고자료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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