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올드타운 <사진 Phil Norton>

#1. 

아침 7시, 알람소리에 몸을 일으켜 무의식적으로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탄다. 숨막히는 지하철에서 떠밀리듯 내린다. 터벅터벅 걸어 출근카드를 찍고 커피 한 잔을 내린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사람에 치여 극도로 예민해진다. 회의감에도 빠졌다가 친구들과의 수다로 금세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2. 

나 "우리 여행갈래?" , 

친구 "어디로?"

나 "어디든.."


#3. 

얇은 옷을 최대한 겹쳐 입었다. 두꺼운 외투는 짐일 뿐이다. 다낭 국제공항에 내리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살갗에 닿는다. 내 얼굴엔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4. 

2년전 붐을 일으킨 다낭은 9개의 항공사에서 사람들을 매일 쏟아냈고, 주말 저녁이 되면 다낭 맛집, 꼭 가봐야 할 곳 등이 방송됬다. TV에서 보여지는 다낭은 마치 한국같았다. 식당 종업원들은 기본적인 한국어를 구사 했고, 메뉴판도 친절하게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이미 다녀 온 것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속으로 읊조렸다. "다낭은 절대 안가야지"


#5.

그런 내가 다낭행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내려가면 있는 호이안 이었다.

오후 다섯시 반 햇살이 한결 부드러워 질 무렵 색색의 등불이 도시전체를 환하게 물들이는 곳. 현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꿈 속을 걷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이다. 이때 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6

잘 갖춰진 곳 보단 지극히 불편한 낮선 여행지가 좋다. 화려한 루프트탑바 보다는 뒷사람과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비좁은 로컬바를, 깜끔하게 정리된 상가보다는 아침일찍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재래시장에 흥분한다. 호이안이 바로 그런 곳이다. 

외로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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